사설검증 모임





광장의 촛불이 요구한 권력기관 개혁은 문 대통령 취임사에도 세 갈래로 새겨졌다. 정치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고, 무소불위 권력이 안되게 견제장치를 만들고, 겸손한 권력이 되겠다는 것이다. 시민의 눈엔 청와대나 검경 모두 뼈아프게 성찰할 지점이 뚜렷이 보인다. 권력기관 개혁은 낡은 관행을 끊임없이 혁신해야 완성된다. 그 평가 잣대는 늘 ‘국민의 권력기관’인지 여부일 뿐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괴물과 공룡이 없어지는 권력기관 개혁이어야 한다.


선관위의 신중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모의선거가 하나의 여론조사일 수 있고, 선거법 개정 후 넉 달 만에 고3 선거의 위법성이 없도록 만반의 안전판을 둬야 하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전 공개를 금지하고 현장감독관을 배치해 막을 수 있다. 조 교육감이 요청한 교내 선거운동 금지도 적절한 선거과열 예방책이 될 터다. 미국은 민간단체가, 캐나다는 정부선거관리기구와 시민단체가 학생투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호주엔 ‘국립선거교육센터’가 따로 있다. 모두 훌륭한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을 선거로 보는 것이다. 선관위는 청소년 선거교육을 주도해도 모자랄 판에 브레이크만 밟으며 소탐대실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수출 5424억달러, 수입 5032억달러. 정부가 1일 발표한 ‘2019년 무역성적표’다. 수출은 한 해 전보다 10.3%가 줄었다. 두 자릿수 감소율은 10년 만의 일이다. 수출 의존도가 40%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서 수출급락에 따른 악영향은 작지 않다. 무역수지도 697억달러에서 392억달러로 쪼그라들면서 성장률 2% 유지를 어렵게 했다. 정부는 수출하락 이유를 악화된 세계 경제, 유가 하락, 반도체 부진 등으로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중 간 무역전쟁, 영국의 브렉시트,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환경은 좋은 것이 없었다. 그 결과 반도체·정보기술(IT)·석유화학 제품에서 555억달러 이상 수출이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107억달러, 유가 하락으로 134억달러 각각 수출이 감소하는 결과도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씨 사망 후 “발판 하나, 벨트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펴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규직 전환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2인1조 의무화, 위험업무 시 설비가동 중지 등 정부 대책도 이어졌다.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국회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김용균법’을 통과시켰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는 연료환경설비운전 노동자 직접고용 등 22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관계부처·기관은 최대한 권고 내용을 반영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숱한 다짐과 약속은 그러나 말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경고했다. 북한이 전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험’을 했다며 대미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자 내놓은 반응이다. 이에 북한은 9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담화에서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격돌의 초침을 멈춰 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라고 되받았다.


담화에서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탄핵과 대통령 선거, 이란 문제 등으로 북핵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에 섣불리 나설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협상의 전제조건을 높인 것이나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한 데서도 이런 고민이 엿보인다. 북한의 현 정세에 대한 판단과 북·미 대화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일자리 지표를 긍정적인 신호로만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는 60대(37만7000명)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이들 일자리는 정부의 재정집행을 통해 증가한 것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지원여부에 달린 단기 일자리들이다. 진짜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 20대에서 일자리가 늘었고 실업률도 낮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지난해 22.9%로 2015년 집계 이래 최고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경제의 허리층인 30·40대의 ‘고용 절벽’이다. 지난해 40대 취업자는 16만2000명, 30대는 5만3000명 감소했다. 40대 취업자의 감소는 1991년 이후 가장 컸다. 이들 40대는 외환위기 때 청년기를 보낸 세대이다. 한 가정을 책임진 이들의 일자리난은 자녀세대에 곤궁을 대물림할 개연성이 높다.


검찰의 전례없는 재판부 공격은 지난 10일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검찰은 지난 9월6일 밤 조 전 장관 청문회가 진행되는 도중 정 교수에 대한 조사 없이 표창장 위조혐의로 기소했었다. 공소장 곳곳이 ‘장소 미상’ ‘성명 미상’ 투성이어서 백지 공소장이나 다름없었다. 검찰은 이후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등 핵심 요소들을 모두 뜯어고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했고, 재판부는 ‘동일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 공소가 미비하다면 취소하고 새로 기소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검찰은 대폭 수정한 공소장으로 정 교수를 이중 기소했다. ‘표창장 위조’라는 한 범죄에 대해 두 번 기소한 것이다. 헌법상 같은 범죄로 거듭 처벌받지 않을 일사부재리 위반이다. 아마 공소를 취소하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형법 교과서에도 없는 이중 기소를 고집했을 것이다. 그도 모자라 이젠 떼로 몰려나와 재판장을 돌림질했다. 검찰의 오만이 극에 달했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최근 짙어지는 북·미 간 ‘긴장의 먼지’를 가라앉히고, 다시 협상모드로 복귀하자는 강력한 메시지로 평가할 수 있다. 비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북 협상파이자, 최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된 대북정책 핵심인사다. 그런 그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의 ‘중심 잡기’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가 심의 중인 내년도 국방예산 법안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SMA 협상에서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법안에서 상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5%인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미국 동맹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상당한 분담 기여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상원은 한국이 ‘캠프 험프리스’ 기지 건설 등 직접비용 분담과 동맹 관련 지출을 통해 상당한 재정적 기여를 해왔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공동의 이익과 상호존중, 한국의 상당한 기여를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도 법안에서 한국·일본에 요구할 분담금의 세부 내용을 국방장관이 제출토록 했다. 행정부가 적정한 수준의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세목별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를 견제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해도 틀리지 않는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 중국은 한국행 단체관광 제한조치나 한류금지 등 한한령(限韓令)도 철폐해야 한다. 때맞춰 한류스타의 내년 중국 공연 추진 소문이 돌고 있는데, 성사되기를 토토검증 희망한다. 중국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방한에서 왕 부장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여러 차례 비판했는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한국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동북아 배치 추진과 관련해 “한국 본토에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한국인들을 불쾌하게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한·중관계의 정상화는 상호존중과 호혜의 정신에 바탕을 둬야 한다.


사학혁신 방안에는 이밖에도 회계 부정 방지를 위한 회계 투명성 제고, 사무직원 공개 채용 등 운영의 공공성 확대, 사립학교 교원의 권리보호 지원 방안 등이 두루 담겼다. 사학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학 설립자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비리 임원을 퇴출해 족벌경영을 차단해야 한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 정수의 4분의 1을 개방이사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립적인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자는 도입취지와 달리 개방이사조차 설립자나 임원의 친·인척으로 채워지는 사례가 많아 이사회가 사학비리의 온상이 되곤 했다. 교육부는 임원의 비리 척결을 위해 1000만원 이상 횡령·배임 임원 즉시 퇴출, 임원 간 친족관계 공시,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간 연장(3개월→1년) 등의 메이저공원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엊그제 선거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의장석 주변을 몸으로 겹겹이 막고 방호과 직원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에 이어 또다시 ‘동물국회’가 재연된 것이다. 아무리 국회를 폭력으로 짓밟고 의회주의를 유린해도 처벌은커녕 제대로 수사조차 받지 않으니 마음놓고 같은 행위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겠는가.


공직자 출신이라고 정치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오히려 공직 근무 경험이 국회의원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나칠 정도로 그 수가 많다는 점이다. 벌써 청와대를 향해 ‘출마 대기소’란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이들이 제대로 검증토토 일을 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공직 인사가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가 아니라 예비 출마자의 ‘스펙 쌓기’를 위한 것이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정 선거법은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첫 결실을 맺은 패스트트랙 법안이다. 그럼에도 제1야당과 합의 없이 만들어진 ‘게임의 룰’은 여러 갈등과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출범을 공언한 게 단적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선거제 불협화음은 처음부터 ‘지역구로만 뽑자’는 시대착오적 대안만 해외사이트 던져놓고 정치개혁특위·법사위·본회의를 파행시킨 먹튀검증 한국당의 귀속 책임이 크다. 여야는 꼼수나 편법보다 민심에 다가서고 선거에서 득표율을 높이려는 정치로 경쟁해야 한다. 지금도 늦은 선거구 획정 논의는 ‘열린 대화’로 마무리하길 기대한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